
윤여정
1947년 6월 19일
한국 영화사를 배우 윤여정을 빼고 써 내려갈 수 있을까요? 무려 57년 동안 국내외로 활발한 활동을 펼쳐온 그. 스크린 속 배우를 넘어 사람 그 자체로 존경을 받게 되기까지, 그녀의 인생을 알아봅시다.
윤여정은 1966년 TBC 방송국 공채 탤런트 3기에 발탁, 드라마 배우로 데뷔했는데요. 1971년 김기영 감독의 <화녀>를 통해 충무로에 입성합니다. 시대의 새로운 미인상을 찾고 있던 김기영 감독은 도회적인 외모의 윤여정을 눈여겨보았다 캐스팅합니다. 당대 최고의 감독인 김기영이 신인 배우를 주연으로 캐스팅했다는 소식에 충무로 관계자들의 이목이 영화 <화녀>로 집중되었다고 해요. 김기영의 안목을 증명하듯 윤여정은 그해 대종상 신인상과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동시에 받게 됩니다.
TV와 스크린에서 활발한 활동을 기대했던 팬들의 바람을 뒤로 하고 그는 돌연 결혼을 발표, 미국으로 떠납니다. 그녀의 연기를 볼 수 없어서 많은 팬들이 아쉬워했는데요. 이혼 후 한국으로 돌아와 다시 연기를 시작합니다. 그는 두 명의 아이를 키워야 했기에 이른바 ‘생계형’ 배우를 시작합니다. 단역, 조연 가리지 않고 참여했으며 작품도 가리지 않았죠. 오랜 공백으로 기회를 잡기 힘들었지만 지인들의 응원을 받아 단역부터 다시 시작합니다.
한국에서의 배우 생활을 이어가던 중, 임상수 감독을 만나게 되는데요. 시한부 남편을 두고도 성욕을 감추지 않는 가족의 어머니로 <바람난 가족, 2003>에, 새로 들어온 하녀의 상사 역으로 <하녀, 2010>에, 욕망이 가득한 재벌가의 여사로 <돈의 맛, 2012>에 출연하게 됩니다. 임상수 감독의 작품에서 강렬한 캐릭터로 재탄생한 배우 윤여정에게 평단은 데뷔 시절의 그녀를 다시 보는 것 같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는데요. 세 작품을 통해 관객과 평단 모두에게 큰 관심을 받는 데 성공했습니다.
상업적인 성공을 거둔 이후 그의 행보는 다소 의외였습니다. 이재용 감독의 <죽여주는 여자, 2016>, 김초희 감독의 <찬실이는 복도 많지, 2020>,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 2021> 까지 … 그녀가 선택한 작품의 대다수가 독립영화 혹은 저예산 영화인데요. 영화 <미나리, 2021>로 아카데미상 여우조연상을 받고 다음과 같이 인터뷰합니다.
Q. 작품 선택할 때 대본을 다 안 읽었다는데. 작품 선택 때 동기가 있었나.
“60세 전에는 (대본을 보고) 성과가 좋을지를 따졌는데 60세가 넘어서 나 혼자 생각한 게 있다. 사람을 본다. 믿는 사람이 하자면 한다. 사치스럽게 살기로 했다. 내가 내 인생을 내 맘대로 할 수 있으면 사치스러운 것이다. 대본을 갖고 온 사람이 믿는 사람이었다. 대본을 읽은 세월이 너무 오래됐으니까 대본을 딱 보면 안다. 너무 순수하고 너무 진짜 얘기였다. 대단한 기교가 있는 작품이 아니라 정말로 진심으로 얘기를 썼다. 그게 늙은 나를 건드렸다. (정이삭) 감독을 보고 ‘요새 이런 사람이 있나’ 싶었다. 독립영화니까 비행기도 이코노미석 내 돈을 내고 왔다. 대본 전해준 사람의 진심을 믿었다. 감독을 만나서 싫으면 안 했겠지만 이런 사람이 있나 싶어서 했다. 우리는 영화 만들 때 이런 거 (아카데미 수상) 상상도 안 했다.”
(출처 : [윤여정 일문일답] “최고? 그런 거 싫어요 ‘최중’ 하고 살래”, 한겨레 신문)
이렇게 순수한 마음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일까요? 그녀의 새로운 도전은 그녀에게 큰 결실을 선물해줍니다. 영화 <죽여주는 여자, 2016>을 통해 베를린 영화제 파노라마 초청을 받았으며, 몬트리올 판타지 영화제에서는 <화녀>이후 45년 만에 여우주연상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미나리, 2021>로 무려 총 44개의 상을 받게되죠. 아시아 배우 최초로 미국 영화배우조합상 여우조연상과 영국 아카데미상 여우조연상을 받게 됩니다. 미국 아카데미상 수상 소감으로 그녀를 가장 빛나게 했던 김기영 감독을 이야기하며, 감사함을 전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녀의 위트있는 입담과 배려 넘치는 행동, 뛰어난 연기에 해외 관계자들도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는데요. 미국 인기 TV 프로그램 <켈리 클락슨 쇼>에 출연해 그녀의 입담을 뽐내기도 했으며, 애플TV 오리지널 시리즈 <파친코, 2021>에서 ‘선자’역을 맡아 연기를 펼치기도 했죠. 최근 톰 크루즈, 브래드 피트 등 유명 헐리우드 배우들의 에이전시인 CAA와 계약을 맺고 헐리우드 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그의 커리어에 응원을 보냅니다.
필모 그래피
- 화녀(1971) *장편 데뷔
- 충녀(1972)
- 다정다한(1973)
- 여대생 또순이(1973)
- 코메리칸의 낮과 밤(1978)
- 어미(1985)
- 죽어도 좋은 경험(1995)
- 바람난 가족(2003)
- 꽃피는 봄이 오면(2004)
- 그때 그사람들(2004)
-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2006)
- 오래된 정원(2007)
- 황진이(2007)
- 가루지기(2008)
- 여배우들(2009)
- 하하하(2009)
- 하녀(2010)
- 푸른소금(2011)
- 다른나라에서(2011)
- 돈의 맛(2012)
- 뒷담화: 감독이 미쳤어요(2013)
- 고령화 가족(2013)
- 자유의 언덕(2014)
- 장수상회(2015)
- 나의 절친 악당들(2015) *특별출연
-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2015)
- 계춘할망(2016)
- 죽여주는 여자(2016)
- 산나물 처녀(2016) *단편
- 그것만이 내 세상(2018)
- 지푸라기도 잡고 싶은 짐승들(2020)
- 찬실이는 복도 많지(2020)
- 미나리(2021)
노애드가 추천하는 필모그래피
화녀(1971)
화녀(1971)
하녀(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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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맛(2012)
돈의 맛(2012)
미나리(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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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애드에서 발행한 에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