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이치 사카모토(Ryuich Sakamoto)
1952년 1월 17일 - 2023년 3월 28일
영화음악은 장면 장면의 분위기를 만들어 주고, 주인공의 내면 심리, 전체적인 분위기 조성 등 영화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죠. 영화보다 음악이 더 유명한 경우도 있고, 한정판 LP로 판매하는 등 수익적인 부분에서도 큰 역할을 합니다. 근사한 이야기에 마음이 움직일 때도 많지만 적재적소에 사용된 음악에 감동을 받을 때도 많습니다.
영화 음악사에 큰 족적을 남긴 류이치 사카모토가 지난 3월 28일 영면에 들었습니다. 암과 투병하면서도 대중과 음악적 소통을 지속했던 그였기에 많은 사람이 안타까워했는데요. ‘음악’ 그 자체였던 그의 삶을 알아보겠습니다.
대학을 갓 졸업한 청년 류이치 사카모토의 음악은 어땠을까요? 백업 세션으로 활동을 시작한 그는 1978년 첫 정규 앨범 <Thousand Knives>를 발매한 뒤 평소 친했던 호소노 하루오미, 타카하시 유키히로와 함께 YMO(Yellow Magic Orchestra)를 결성(1978),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리기 시작합니다. 당시 그가 만든 음악은 우리에게 익숙한 류이치 사카모토의 영화음악과는 사뭇 다른데요. 피아노 음악이 아닌 전자음이 가득한 음악이기 때문이죠. 그즈음 일본은 전자기기를 베이스로 하는 신스팝이 유행하고 있었는데요, 그의 음악은 상당히 실험적이며 독특하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하죠.
‘우리가 몰랐던’ 류이치 사카모토의 면모는 영화계 데뷔 이력에서도 찾을 수 있는데요. 그가 배우로 영화계에 데뷔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오시마 나기사 감독의 <전장의 크리스마스, 1983>에 주연 배우로 섭외받으며 영화계에 입문! “나 음악감독도 잘 할 수 있어! 음악감독도 시켜줘!”라고 요구하며 배우 겸 음악감독으로 데뷔하게 된 것이죠. 이 영화에서 영국 뮤지션 데이비드 보위와 함께 주연으로 출연, 애틋한 동성애 연기를 펼치는데요. ‘Merry Christmas Mr.Lawrence’은 이때 탄생한 명곡입니다. (에디터의 원픽! 꼭 들어보세요!)
이 영화로 류이치 사카모토는 영국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받게 됩니다. 같은 해 칸 영화제에도 초청되는데요, <마지막 황제>를 구상 중이었던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을 만납니다. 이번에도 배우로 섭외받아요. (아마카스 마사히코 역) 그가 <마지막 황제> 음악 작업을 요청받은 건 촬영 종료 후 6개월이나 지난 시점! 마감까지 2주밖에 시간이 없었던 류이치 사카모토는 엄청난 속도로 40여 곡을 작업했다고 하는데요. 아직까지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는 명곡 ‘RAIN’도 이때 탄생한 곡입니다.
영화 <마지막 황제>는 그 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9개 부문 후보에 올랐고, 영화 음악상을 포함하여 후보에 오른 9개 부문에서 모두 상을 받습니다. 같은 해 음악상 후보로 <태양의 제국>, <언터처블>과 경합을 펼쳤는데요. ‘스타워즈’의 음악감독 존 윌리엄스, ‘시네마 천국’의 음악감독 엔니오 모리코네와 경합을 펼쳐 받은 상이니 정말 대단한 업적입니다.
2015년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로 그토록 염원하던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메인 테마곡 ‘The Revenant Main Theme’은 거대한 자연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주인공 글래스의 생존 의지와 불시에 찾아오는 무력감을 극대화하여 관객에게 그 감동을 배가시켜 주는데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수상에는 류이치 사카모토와 공동 작업자 브라이스 데스너, 알바 노토의 음악적 노고가 한몫했다고 볼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2018년, 한국 영화와의 협업을 기대하던 국내 팬들의 염원이 드디어 이뤄졌습니다. 김훈의 원작을 영화화한 <남한산성, 2018>의 음악감독을 맡게 되었는데요. 이전부터 한국 영화 작업을 하고 싶었다고 밝힌 그는 자신이 추구하는 음악에 한국의 전통 음악을 어떻게 녹여낼지 고민을 거듭했다고 합니다. 특히 시대적 배경인 병자호란을 따로 공부하기도 하면서 그 시기 민중과 인조, 그리고 대신들의 구슬픈, 치욕스러운 감정을 구현했다고 해요. 노애드 구독자님께선 기회가 된다면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을 구해 리스트 순서 그대로 들어보시길 권합니다. 역사의 소용돌이 그리고 시대 속 인물들의 감정들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안타까운 시한부 선고 이후에도 그는 멈추지 않고 음악 작업을 계속했는데요. 한 인터뷰에선 드뷔시와 바흐처럼 죽기 전까지 음악을 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죠. 2023년과 2024년에는 그의 유작이 속속들이 개봉할 예정입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괴물>과 기타노 타케시 감독의 <목>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목>은 개봉일 미정이며, <괴물>은 다가오는 6월 2일 일본 개봉 확정입니다. 영화 속에 남겨진 그의 마지막 흔적을 한국에서도 꼭 만나고 싶네요.
추신, 시한부 선고에 굴하지 않는 음악인 사카모토의 모습은 다큐멘터리 <류이치 사카모토: 코다>에서 만나볼 수 있어요. 뉴욕 맨해튼 공연 실황이 담긴 <류이치 사카모토: 에이 싱크>도 비 오는 어떤 밤, 추천합니다.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
전장의 크리스마스 (1983) *음악 감독 데뷔
마일로와 오티스의 모험 (1986)
왕립우주군 - 오네아미스의 날개 (1987)
마지막 황제 (1987)
마지막 사랑 (1990)
핸드메이즈 테일 (1991)
하이힐 (1991)
폭풍의 언덕 (1992)
피치보이 (1993)
와일드 팜스 (1993)
리틀 부다 (1993)
와일드 게임 (1995)
스네이크 아이즈 (1998)
러브 이즈 더 데블 (1998)
철도원 (1998)
고하토 (1999)
데리다 (2001)
Alexei and the Spring (2001)
팜므 파탈 (2002)
토니 타키타니 (2004)
별이 된 소년 (2005)
실크 (2007)
여자들만의 세상 (2009)
할복: 사무라이의 죽음 (2011)
새 구두를 사야해 (2012)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2015)
분노 (2016)
남한산성 (2017)
안녕, 티라노: 영원히, 함께 (2017)
너의 얼굴 (2018)
블랙 미러: 스미더린 (2019)
프록시마 프로젝트 (2019)
파라다이스 넥스트 (2019)
스테거링 걸 (2019)
사랑 뒤의 사랑 (2020)
베킷 (2021)
미나마타 (2021)
애프터 양 (2021)
괴물 (2023)
목 (2023)
필모 그래피
- 전장의 크리스마스 (1983) : 요노이 대위 역
- A Y.M.O. FILM PROPAGANDA (1984) : 본인 역
- 마지막 황제 (1987) : 아마카스 마사히코 대위 역
- 뉴 로즈 호텔 (1999) : 호사카 역원 역
- 류이치 사카모토: 코다 (2017) : 본인 역
- 류이치 사카모토: 에이싱크 (2018) : 본인 역
노애드가 추천하는 그의 음악
Thousand Knives (1978)
첫 정규앨범
Thousand Knives (1978)첫 정규앨범
YMO - Behind the Mask(1979) 원곡
마이클 잭슨, 에릭 크랩튼 리메이크
YMO - Behind the Mask(1979) 원곡마이클 잭슨, 에릭 크랩튼 리메이크
M.A.Y. in the Backyard(1986) 원곡
M.A.Y. in the Backyard(1986) 원곡
M.A.Y. in the Backyard(2017)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삽입곡
M.A.Y. in the Backyard(2017)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삽입곡
Germination(1983) 원곡
영화 <전장의 크리스마스> 삽입곡
Germination(1983) 원곡영화 <전장의 크리스마스> 삽입곡
Germination(2017)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삽입곡
Germination(2017)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삽입곡